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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권과 시청료 납부거부권
  • 작성자 : 임정덕
  • 작성일 : 2018.01.09
  • 조회수 : 2683

파업권과 시청료 납부거부권

 

2018.1.9

 

  KBS 방송이 아직도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저녁 9시 뉴스의 진행자 숫자와 방송시간이 아직도 단축되어 있고 늘 듣고 있는 FM 방송이 재방송을 자주 내 보내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파업 중임을 짐작하게 한다.

 

  파업의 이유는 짐작컨대 정치적일 것이다. 전 정권에 의해 임명된 경영진이나 간부를 해임하라고 요구하는 명분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노조가 이런 요구를 서슴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는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고 특정 성향의 노조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도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론적으로 파업은 노사관계에서 약하다고 생각되었던 노동 측이 행사하는 권리로 인정된다. 자신들의 일시적 손해도 감수하면서 실력행사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아픔과 손실을 초래하게 하여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생산이나 영업 현장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제조나 매출이 감소하고 대외 신인도나 거래관계에 손해가 나므로 사용자 측이 노동 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또 일반 여론은 노조를 약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만 한국 노동운동이 줄 곳 정치적이어서 자신들의 복리후생 증진을 넘어서서 각종 정치적 사회적 요구를 계속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자기 조직의 최고 경영진이 물러나기를 요구하면서 장기 파업을 하는 경우는 의외이다.

 

  그런데 이번 KBS 파업은 한국 언론계와 언론 노동운동 및 한국 사회 전반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즉 좀처럼 하기 어려운 사회현상에 대한 실험을 해본 결과와 같다.

 

  먼저 파업으로 인한 방송 중단이나 파행이 방송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보나 교양 또는 지식의 생산이나 유통 기능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특정 방송이나 매체에 의존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적어도 필자 주변에서는 KBS 파업으로 인한 불편이나 지장을 느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것은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특정 방송사가 파업을 해도 국민들은 불편하거나 손해 볼 것이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왜냐 하면 지금은 TV나 방송의 채널과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서 탈이지 특정 매체가 없어서 부족하거나 아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작년에 촉발된 탄핵사태는 방송매체의 수가 너무 많아서 경쟁적으로 사태를 키우고 확산시킨 측면도 있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정립 없이 유행과 같이 시세에 따라서  차별 없이 휩쓸리는 지금까지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제 한국에서 공식적인 언론 매체와 그 대체수단 중 상당수가 설령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별 손해나 특별한 아픔일 수 없다.

 

  두 번째로 KBS 노조가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부분이 시청료이다. 한국방송공사는 수입 대부분이 전 국민의 시청료로 충당되어 운영되는 기관인데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이 세금과 똑 같은 시청료를 강제로 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장기간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점이다. 시청료를 강제징수 하는 KBS의 노조가 파업권을 주장하고 행사 한다면 국민도 똑 같이 불 시청권이나 시청료 납부 거부권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는 평등한 계약관계에서 이루어 진다. 이번이 오히려 이런 모순을 해결할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

 

  셋째로 KBS 조직의 평균 연봉이 한국의 어느 공공부문 보다 높고 또 간부급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조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허물과 모순부터 지적하면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겠다고 나설 때 정치나 사회에 대한 요구나 주장도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끝으로 물어 보고 싶은 점은 파업으로 불편해 하는 국민이 별로 없는 데도 수개월 이상의 파업을 계속하는 배짱에 대해서다. 우선 이 경우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마땅한데 아마도 파업 참가자들이 월급 받는데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파업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여러 형태로 두고 두고 보상 받을 길이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도 손해 보는 결과가 아니라고 계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 이번 장기 파업이 진정으로 나라의 앞 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몸짓과 손해의 감수 행위라고 하더라도 방송사 구성원과 정부 당국, 모든 국민은 빠른 시대 환경의 흐름과 기술의 변화는 바로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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