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서 기하학 제외 방침, 즉각 철회해야
2018-2-26
교육부 정책연구진은 지난 19일 공청회에서 수능 출제 범위 중 이과의 '수학 가형'에서 기하 과목을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채택된다면 3년 후부터 실시될 것이다. 교육부는 중요 이유의 하나가 학생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119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의 76%와 학부모·시민단체의 89%가 기하 제외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의 구조적 오류와 고의 여부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태다. 한편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 등은 "기하는 이공계 학생에게 필수적 과목인데 우리 학생들의 수학 기초 소양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기하학은 이공계뿐 아니라 모든 지식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중·고교 과정에서 결코 등한히 해선 안 되는 중요 과목이다. 기하학은 기원전에 그리스 학자 유클리드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당시에 발전한 대수학 등 수학 전반에 걸친 이론을 체계화한 13권에 달하는 '핵심(Elements)'이라는 저서 중 6권까지의 내용이다. 특징은 숫자나 좌표를 쓰지 않고 자와 컴퍼스만 가지고 논리를 연출하는 것이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공리'를 바탕으로 '정의'를 내리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정리'를 입증한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사고(思考)의 모형이며, 지식을 생산해내는 공정인 것이다. 이것이 사고와 토론의 기본 형태로서 사실상 모든 학문의 모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라톤은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아카데미'에 받아들이지 않았고, 철학에 앞서 논증적 사고를 익히게 하였다. 추후 뉴턴의 물리학 등도 기하학의 체계 위에서 완성된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의 교육은 주입식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나머지 논리력을 발전시키지 못해 젊은이들이 토론에 약하고 창의력도 뒤진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마당에 논리력 함양의 원조인 기하학을 아예 수능에서 뺀다면 내일의 모습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학생들이 기하학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단순히 부담을 덜어준다며 수능에서 빼준다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젊은이들의 발목에 무거운 부담을 추가하는 몰지각한 방침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은 거의 전적으로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부용 前 KAIST 겸직교수
[내용출처: 조선일보 - 오피니언] 수능서 기하학 제외 방침, 즉각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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