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정치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금배지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국가 발전이나 국민의 복지 증진 같은 응당 챙겨야 할 목표에도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겠지’ 하고 좋게 생각하려 해 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정당들도 소속 의원들의 인격이나 능력에는 관심이 없고 금배지 확보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당에서 제명당하거나 공천에서 배제된 전력이 있든, 죄를 짓고 교도소에서 복역했든 금배지만 다시 달고 오면 얼씨구나 하고 복당시키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최근 군소 정당들은 다음 선거에서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려고 여당이 끼워 판 악법도 작당하여 덥석 물지 않았던가. 그래도 좀 괜찮다고 생각했던 유력 정치지도자가 세비를 깎아 받을 테니 의원 수는 꼭 늘려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은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이 왜 이다지도 안면몰수하고 금배지만 달려고 하는지 그 원인을 좀 분석해 보자. 그래야 이 고질병을 고치는 처방이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로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받는 혜택이 너무 환상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맛을 한번 보고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 정도다. 우선 별로 하는 일 없이 국가에서 받는 세비가 연 1억5000만 원이고 보좌진 9명의 연봉이 약 5억 원이다. 여기에 사무실 운영비 등 경비 보조까지 합하면 10억 원이 족히 되고 정치자금을 후원받을 권리도 있다. 물론 하루만 금배지를 달아도 평생 받는 연금도 있다. (1)(2)
그러나 이들이 누리는 비공식적 혜택은 더욱 달콤하다. 지구당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선거, 즉 지자체장, 시도의원, 구의원, 교육감 등의 공천권을 갖고 있어 이에 따른 유·무형의 이권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밖에도 기사 달린 승용차가 지급되고 비행기나 고속철을 타면 1등석이 배정되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적·사회적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해마다 발의하는 16,000여 건의 법안은 매건 수혜자와 피해자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자 양쪽에서 벌이는 로비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국정감사 때마다 누리는 위세는 또 어떠한가. 이런 위세로 검은 돈을 챙길 길이 널려 있다. 이래서 죽기 살기로 금배지를 쟁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폐해를 줄이려면 일단 의원의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 의원 수가 적어서 못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공천권 같은 불합리한 권한은 없애거나 분산시켜야 한다. 또한 주어진 권한이라도 합리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결정권자의 고유 권한’이란 명목으로 자의적인 결정을 묵인하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얼토당토않은 생각이다. 결정이라는 것은 어느 경우나 당연히 가장 합리적이어야 하며 결정권자는 최선의 결론을 만들어 낼 의무를 진다.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결정론(Decision making theory)이라는 학문 분야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안다. 차제에 우리나라 모든 공직자에게 결정론의 기초이론을 가르칠 것을 제안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당대표가 밀실에서 거의 자의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후진적 관행은 당장 없애야 한다. 이런 정치 문화가 진작 정착되었다면 고질적인 ‘불행한 대통령’의 악순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1) [국회의원 증원] 얼마나 짭짤하길래? 황태순 TV 191028
https://www.youtube.com/watch?v=WTo400l-tsY
(2) 조선일보 191031 양지호기자: 오늘의 숫자 7억 3000만원 (의원 일년 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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