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바이든 가면 쓰고 행동은 트럼프…종지부 찍어야
2020.11.11
트럼프가 하는 짓을 한국에서는 민주당이 한다. 얼마 전 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총장이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는 특활비를 많이 주고 마음에 안 들면 조금 준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역시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사건이 집중된 중앙지검에는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으로도 특활비가 내려갔다는 지적이 나오자 자기도 “들은 얘기”라며 “나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발뺌한다. 확인 결과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써왔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허위를 근거로 장관이 공식적으로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이다. 총장만 쳐내면 그만이지, 어차피 실체적 진실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들은 지지자들의 머릿속에 ‘검찰=악마’라는 허구를 심어 놓는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라임 사건 피의자들이 줄줄이 진술을 번복한다. 스타모빌리티의 김봉현 전 회장에 이어 이강세 전 대표, 공범인 김 전 회장의 측근도 법정에서 검찰의 강압적 조사로 원치 않는 진술을 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거짓말이 사법행정까지 엉망으로 만든 것이다.
월성 1호기 관련 수사도 원래 검찰이 시작한 게 아니다. 사건의 불법성을 따져달라고 적용 법률까지 명시해 감사원에서 검찰에 요구한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내준 것은 법원이다. 그런데도 이낙연 대표는 이를 ‘정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수사’로 몰아간다. 그놈의 ‘정부 정책’은 감사 앞두고 밤에 몰래 자료를 삭제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대표는 월성 1호기 관련 수사가 “조국 수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검찰수사를 무력화하려고 낡은 조국 프레임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올 초만 해도 민주당은 4·15 총선이 행여 ‘조국 선거’가 되지 않도록 입조심을 했었다. 총선에서 압승하니 생각이 달라졌나 보다.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해도 콘크리트 지지율은 깨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인가? 날로 막말이 심해진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내년 보궐선거가 “국민 전체가 성(性) 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말했다. 성추행은 자기들이 해놓고 학습은 국민보고 받으란다. 설훈 의원이 옆에서 거든다. 이 모두가 “성 인지에 대한 국민인식 자체가 아직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다. 이로써 그들의 성추행은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국민 탓이 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8·15 광화문집회 주최자들을 “살인자”라 불렀다. 그들이 망언과 극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그럴수록 지지자들이 열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트럼프는 2016년 한 캠페인에서 “내가 뉴욕 5번가 한복판에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여도 지지자들은 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전통적인 정치와는 구별되는 탈진실의 정치다.
무려 26명의 여성이 그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그중 12명은 그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래도 트럼프는 끄떡없었다. 한국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충남·부산·서울 등 지자체장의 성추행이 줄줄이 이어져도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당헌을 바꾸어 후보를 내고 심지어 그게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라고 강변할 엄두를 내는 것이다.
지지자들과만 소통하는 민주당
탈진실의 정치는 진리와 가치의 객관성을 포기한다. 객관성 없이 보편적 동의를 얻어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탈진실의 정치꾼들은 ‘국민 일반’의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타깃 집단에 호소할 뿐이다. 필요한 것은 그 집단의 광신적 지지다. 트럼프는 그들의 지지만으로 집권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한국의 민주당은 그들의 지지만으로 통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트럼프는 가짜 뉴스까지 유포하며 사기 선거로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고 우긴다. CNN의 지적대로 “이 주장은 논리적이지도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지만, 어차피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탈진실의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이들만 결속시킨다면, 4년 후 다시 대선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게다.
한국의 민주당 역시 진리와 가치의 객관성을 포기한 지 오래. 그들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지지자들하고만 소통한다. 이들만으로도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허위와 조작이라도 지지할 명분만 만들어주면, 그들은 민주당이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고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탈진실 시대에 국민은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세계’를 공유하지 못한다. 국민의 절반은 현실에 살고, 나머지 절반은 대안 현실에 산다. 최강욱 의원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시대에 피고인으로 사는 것은 훗날 훈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계에선 비리로 재판받는 잡범들이 저 세계에서는 가슴에 훈장 단 국가유공자가 된다.
탈진실의 정점으로 치닫는 한국 정치
국민이 세계를 공유하지 못할 때 나라는 분단국으로 전락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역할. 당선이 확정되자 바이든은 바로 통합의 메시지를 냈다. “우리가 진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미국인이다.” “나를 뽑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우리 대통령도 그렇게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한 일은 국민을 둘로 갈라치는 것이었다. 바이든의 가면을 쓴 채 트럼프로 행동해온 것이다. 미국 사회는 탈진실과의 싸움에서 일단 승리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물러난다고 트럼피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비록 패했지만, 트럼프는 오바마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한국에서 탈진실의 정치는 정점으로 치닫는 중이다. 상황은 더 나쁘다. 미국에는 트럼프가 하나지만, 한국은 정권 전체가 머리털로 만든 손오공 분신처럼 작은 트럼프들로 채워져 있다. 강력한 대안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광기 또한 영원하지는 않으리라. 이미 많은 이들이 탈진실의 정치에 신물을 내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리도 거기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출처: 중앙일보] [진중권 퍼스펙티브] 文정권, 바이든 가면 쓰고 행동은 트럼프…종지부 찍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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