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시제도를 알기 쉽게 개편하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최종찬
해마다 3월경에는 신문에서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흔히 볼 수 있다. 상장기업은 기업의 경영상태를 일반 투자가가 알 수 있도록 대차대조표등의 재무제표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대차대조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제에 대한 지식이 있는 필자로서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대차대조표는 크게 자산과 부채, 자본 계정으로 분류되는데 각 계정마다 자세한 세부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다. 최근에 공시된 한 회사의 대차대조표 일부를 예시하면 유동자산의 내역으로서 현금 및 현금등가물, 매출채권, 단기대여금, 매수금, 선급비용, 부가세대급금, 만기보유증권이 표기되어 있다. 다른 계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내역이 표시되어 있다.
필자가 제기하고자하는 문제점은 대차대조표 공시를 의무화하는 취지에 비추어 현재의 공시제도가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의 대차대조표 공시제도는 회사의 자산, 부채, 자본금에 대한 기본 통계를 나열한 것이다.
어느 회사가 자산, 부채, 자본금 이익이 얼마 인지는 알 수 있지만 예컨대 기업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며는 자기 자본비율이나 유동비율 등을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고, 기업의 수익력을 알려며는 매출액 이익률이나 총자본 이익률, 자본금 이익률 등을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려면 매출액 성장률 또는 경상이익 성장률을 계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수익력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 알려면 주가순익비율을(PER) 알아야 할 것이다.
어느 회사는 이익이 500억이고 어느 회사는 이익이 1,000억원인 경우 보통의 투자자로서는 어느 회사가 더 수익력이 좋은지 쉽게 비교할 수 없다.
공인회계사 수준의 경제적 지식이 있는 투자자라도 대차대조표를 보고 계산해 보아야 위에서 언급한 지표들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인데 하물며 보통 투자자들은 그런 지표들을 분석할 능력도 없으니 공시된 대차대조표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에게는 공시된 대차대조표가 의미가 있는가 기업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는 애널리스트에게는 신문에 난 정보는 너무 단순하고 부족하다. 따라서 더 자세한 손익계산서 등 각종 재무제표를 구하여 볼 것이다.
신문에 난 대차대조표를 보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신문에 공시된 대차대조표는 누가 보고 무슨 도움을 받는가? 일반 투자자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안보고 전문가는 너무 단순해 안보고 결국 돈 들여 신문 광고 하지만 별 의미 없는 공시인 셈이다. 따라서 당초 취지대로 일반 투자자 등이 기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은 공시제도가 개편 되어야 한다.
개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자산, 부채, 자본 계정 중 일반투자자가 큰 관심도 없고 잘 알기도 어려운 세부항목 등은 줄이고, 그 대신 기업의 경영상태를 알 수 있게 분석한 지표들을 공시토록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자기자본비율, 유동비율, 매출액 이익률, 자본금 이익률, 경상이익 증가율, 1주당 순이익 등을 공시토록 한다. 그러면 보통의 일반 투자자들도 조금만 신경 쓰면 이 회사의 자금사정이 건전한지, 수익성이 다른 회사에 비해 좋은 것인지, 주가가 이익에 비해 높은 것인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제도이든지 전례 답습으로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 근본취지에 맞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끝.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다음글 | 기초 지방자치 단체 과연 필요한 것일까? |
|---|---|
| 이전글 | 영리 의료법인 문제의 본질 |
COMMENT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 유해한 댓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 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