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는 누적된 人災 총합 '누굴 위한 정부인가' 되묻게 돼
근대화 주역에서 선진화 장애 된 관료 집단에 국민 不信 분출 당연
세월호 인양한 후 세종로 안치해 공직의 反面敎師 삼으면 어떨까
사고(事故)를 영어로 'accident'라 하지만 이 세상에 '우연한' 사고는 드물다. 뜻밖의 사고도 거의 없고, 불의(不意)의 사고도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고 발생에는 그것을 초래한 필연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번 일은 단발성 인재(人災)가 아니다. 마치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대하드라마 같은 인재다.
선박 회사는 노후 여객선을 사들인 다음 내부 구조를 바꿨다. 안전 점검은 형식적이었고 안전 교육도 무시되었으며, 승무원들의 직업윤리 또한 실종 상태였다. 학교 당국은 수학여행 안전 관리가 허술했고 정부의 재난 대응 매뉴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각종 안전 관련 법률 역시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다. 대형 사고를 연달아 겪으면서도 국민적 안전 불감증은 개선되지 않았고 집단적 기억상실증 또한 낫지 않았다.
모두가 죄인(罪人)이기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최종적이고도 무한대의 책임은 마땅히 대한민국 정부와 공직자들이 져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일은 국가의 존재 이유 가운데 가장 으뜸이기 때문이다. 선박 여행을 감독하는 것도, 학생들의 단체 이동을 관리하는 것도, 재난 대응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국민의 사고 불감증을 불식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모두 국가의 책무다. 국민의 안녕과 관련하여 무심하고 무력한 정부는 즉시 간판을 내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관료 사회는 참으로 문제요 골치다. 진도의 사고 현장을 찾아간 고위 관리들이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모습이 놀랍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은 본연의 임무와 연관하여 유능하지도 않았고 공복(公僕)으로서 자질 또한 기대 이하였다. 주무 부처 출신 관료 마피아가 선박 운항 관리나 해양 안전을 책임진 민간 기관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단골 레퍼토리는 방재(防災) 선진국 일본이 몇 해 전 관료 낙하산 관행을 마침내 끊어낸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관료 집단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신이 대거 분출하는 느낌이다.
격앙된 민심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한 이는 사고 다음 날 진도체육관을 찾았던 박근혜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를 다짐해 왔던 박 대통령은 그날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민성(民聲)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다. 하긴 관료 사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실망과 불만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이른바 '규제 개혁 끝장토론'에서 이미 강하게 표출된 바 있다. '규제라는 암 덩어리'를 생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만큼 며칠 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대목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서 관료를 크게 중용(重用)하며 출범한 것이 박근혜 정부였기에 그만큼 배신감과 허탈감은 더 클 수도 있다. 집권할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관료 집단이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바로 그 세력이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버지에게 관료 사회가 힘이었다면, 딸에게 그것은 짐처럼 보인다. 국가 발전에 헌신하는 공직자의 긍지와 사명 의식이 크게 빛바랜 가운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모든 것을 공무원이 정한다는 의미에서 '공정(公定) 사회'가 되었다.
이러다가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 문제도 공무원 집단이 마음대로 정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 발생 일주일을 넘기면서 정부는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선주(船主)나 선장·선원 등 민간 쪽의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로 급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관련자를 법정에 세우고 싶어 하는 세간의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구조적이고도 만성적인 방재(防災) 실패와 그것에 따른 인명의 대량 손실은 공권력의 과실이자 범죄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다수 국민, 특히 미래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과연 무엇을 위한 국가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를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당장의 대답은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정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4월 16일을 국치일(國恥日)로 제정하여 오래오래 기억하면 어떨까. 인양할 세월호를 서울 세종로나 세종시에 안치하여 대한민국 공직 사회의 영원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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