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조선일보 2014. 12. 25
교육감 直選制(직선제)는 위헌이다
違憲 여부 판단 가를 쟁점은 교육 自主性과 정치 中立性
교육은 사법이나 국방처럼 統治 일부분이며 분할 안 돼
교육행정 위임받은 長官이 관료人事 하는 게 헌법 정신
얼마 전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포함된 정책 방안을 발표하였다. 법률에 배치되고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 그 폐지의 논거이다. 그 논거가 왜 잘못되었는지 지적은 않고 '진보 교육감이 많이 당선된 상황을 막기 위한 정략적 계산'이라는 식의 논평은 그 자체가 정략적이다.
또 교육감 선거가 위헌이라고 규정하면서 '무조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는 식의 첨언은 공적 결정의 일관성과 엄중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격하하는 발언이다. 교육감 선거가 헌법과 법률에 배치된다면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 청구나 법적 강제를 통한 시정 대상이지 새로운 국민적 합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이라는 거대한 국민적 합의의 존재가 이미 그것에 위배 또는 불합치되는 법률이나 정책 등에 대해 취할 조치를 명령하며, 대한민국 국민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
정치적 중립의 외양 속에 지극히 정치적이면서 온갖 위선과 파행과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는 교육감 선거의 행태는 물론 심각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제도 자체의 위헌성 여부이다. 실제로 그 위헌성 여부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심사 대상으로 계류 중이다. 우리의 헌법재판관들이 그 헌법적 쟁점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타당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지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되어 필자의 소견을 밝힌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된 헌법상 쟁점은 그 제도가 헌법 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3대 요건에 배치되는지 여부이다. 교육의 자주성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나 종교 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교육 방식이나 내용이 지배받는 것을 배제하는 규정이라면, 정치적 중립은 그러한 자주성을 권력 쟁취와 관련된 정파의 행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성 요건은 물론 교육이 특정한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 소업(所業)이라는 규정이다.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는 출마 자격에 일정 기간의 교육자 경력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일단 전문성 규정은 충족한다. 그런데 정당 공천을 배제한 교육감 선거는 언뜻 헌법 위반이 아니라 오히려 자주성 및 정치 중립 요건의 적극적 구현 방식으로 생각될 수 있다. 물론 선거라는 행위가 정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그러한 부작용은 헌법이 부과한 이념의 실현을 위해 감내할 수 있다거나 적절한 운용을 통해 개선 가능한 요소라는 논박 또한 가능하다. 쟁점의 근원은 결국 교육감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이다.
일단 교육의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 요건에 따라 지방 교육 행정의 책임자인 교육감을 선거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그 하위직인 교장이나 일선 교사는 물론 그들 모두를 통솔하는 교육부 장관도 선거를 통해 임명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교육 대통령'을 별도로 뽑아야 한다. 같은 논리로는 사법의 자주성이나 국방의 자율성을 위해 대법원장이나 국방장관 대신 '사법 대통령'이나 '국방 대통령'을 별도로 선출해야 한다. 그것은 통치 체계의 대혼란 차원을 넘어 국가의 존립 기반인 통치권의 존재와 양립할 수 없고, 민주주의 헌법의 기초인 국민주권의 절대성 및 단일성 이념에 대한 부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정치는 권력 획득을 위해 경쟁하고 투쟁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그 권력에 따른 국가 통치 행위를 가리킨다. 후자가 목적이며, 전자는 후자를 위한 과정이나 수단일 뿐이다. 국가 통치에 대한 식견이 없이 권력투쟁에만 유능한 인간이 집권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의 자주성이나 정치적 중립은 전자 의미의 정치로부터 독립하는 것이지 후자 의미로부터 독립하는 건 아니다. 사법이나 국방과 마찬가지로 교육은 통치의 일부분이며 종교와 같이 통치 대상은 되지만 통치권에서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통치권 분할이란 곧 국민주권 분할을 의미하며 국민주권의 분할이란 국가의 분열이나 다름없다.
국민투표에 해당하는 범국가적 사안이나 지역 주민의 자치에 일임할 수 있는 사안 이외의 통치권 행사는 선거를 통해 임명된 국민주권의 대행자에게 일관되게 위임함이 우리 헌법의 근본정신이다. 또 교육감이라는 교육 행정 관료의 임명은 그러한 위임을 받은 대통령이 임명한 교육부 장관의 인사권에 귀속시킴이 헌법의 명령이다. 교육 행정이 교육 조항에 담긴 헌법 정신, 즉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긍심을 함양하면서 교육적 이상의 실현에 기여하는지 여부는 물론 교육부 장관의 식견과 역량에 달려 있다. 어쨌든 주민센터 직원까지 선거를 통해 임명해야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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